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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88년 유전무죄 무전유죄 - 지강헌 사건

띤가띤가 2013. 2. 27. 09:30



1988년. 

올림픽 세계 4위라는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10월 8일.

영등포 교도소에서 광주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재소자 12명이 호송 버스에서 탈주한다.

곧 대부분의 탈옥수들은 검거 되었지만 지강헌, 안광술, 강영일, 한의철 4명은 마지막까지

잡히지 않고 경찰의 검문을 피해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다가 상황이 어려워지자 

10월 15일 밤 남가좌동 어느 가정집에 침입해 일가족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.

이들은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방송 생중계를 요구하고 곧 경찰과 탈옥수들이 대치중인 

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중계되기 시작한다.



시간은 흘러 다음날. 10월 16일 일요일.


경찰과 대치하여 실랑이를 벌이던 이들은

낮 12시쯤 제일 어린 강영일이 협상을 위해 밖으로 나왔을때

안광술과 한의철은

지강헌이 가지고 있던 호송경찰관의 권총을 빼앗아 자살했다.



지강헌은 "유전무죄, 무전유죄"를 외친 뒤

며칠 간의 간절했던 짧은 휴가를 마치기 직전

Bee Gees의 노래 " Holiday"를 들려달라고 요구한다.

경찰이 스콜피온스와 비지스의 테잎 두 개를 담장 안 인질에게 전달했고

그것을 받은 지강헌은 집 안에서 

비지스의 "Holiday"를 틀었다.




지강헌은

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

단말마적 분노의 외침을 토했고 

노래를 들으며 창문을 깨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했다.




자살 시도 직후 

경찰 특공대가 투입되고 인질들은 무사히 구출되었다.

경찰 진입 과정에서 지강헌은 총 2발을 맞고 

그날, 병원에서 과다출혈로 숨졌다.




총성과 비명이 울리면서도 계속 흐르고 있던 그 노래.

Bee Gees의 "Holiday"


탈옥수가 인생의 단 한번 뿐이었던 휴일에

인생의 짧은 휴가를 끝내며 

마지막으로 듣고 싶었다던 곡.

Bee Gees의 "Holiday"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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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강헌 일당은 500만원 절도를 저지른 범죄자 였습니다.

근데 당시 잡범들이었던 자기들은 죄를 무겁게 받고 

전두환의 동생은 600억 횡령에도 불구하고 형이 아주 작았으니... 우리나라 사법부의 흑역사..


범죄자가 한 말이기 때문에 당시 사회부정의에 대한 그의 분노를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죠. 저 때만해도 비리 정말 넘쳐났으니까...

경찰들 뇌물주면 바로 풀려나는 것도 비일비재했고. 윗물이 썩어 악취가 코를 찌르던 시절.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..